[거미원숭이] 애정과 각인

"있잖아."
"왜?"
"왜 날 좋아해?"

이런 질문,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는다. 왜, 라고 물어볼 경우 뭐라고 할 말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건 언제까지 7년 전의 이야기. 지금이라면 어느 정도 답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무엇보다, 중학교 3학년과 대학생의 차이는 엄청나니까, 이 조차 설명할 수 없다면 자신에 대해 다시 한 번 돌아봐야 하겠지.

그건 그다지 멋진 이유가 아니었을 것이다. 왠지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는 느낌이었다던가, 내가 구축한 세계보다 더 넓은 세계를 가지고 있었다던가, 그런 이유로 끌렸다는 흔한 얘기는 아니었으며, 그다지 멋지지도 않았다.

글쎄, 그렇다면 어째서일까. 개인적으로는 기계적 움직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 같다.

"그다지 멋지지 않네."
"멋지지 않지."
"그래도 그때의 너는 글을 잘 쓰던거 같은데."

진실을 말하자면, 난 그다지 글을 쓰는데 재능이 있는 건 아니다. 당시 잠시 자아도취에 빠진 적이 있었지만, 사실 그것은 중학생들이 잘 쓰지 않던 수사들의 나열이요, 얼토당토 않는 시니컬함이 전부로, 이제와서 보면 내가 왜 이런 것들을 휘갈기고 있었나 하며 후회심에 안드로메다행 티켓을 사서 나 혼자 편도 여행을 떠나고 싶어질 정도이다.

당시 그렇게나 유식한 척을 하고 싶었던 것은, 당시엔 그 사람이 그렇게나 유식해 보였고, 그것을 따라잡아보기 위해 노력도 아닌 노력을 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평범하지 않는 단어들을 찾아 그냥 배치하는 것에 불과했던 그것에, 그는 "글을 잘 쓴다"라고 평해줬고, 난 거기에 자신감이 붙어 계속 그런 것들을 양산했던 것 같다.

여하간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게 아닌데.

"그렇다면, 날 사랑했다고 했던 말 역시 진실이 아닐 거란 얘기야?"
"뭐, 압축해서 말하자면 그렇겠지."
"하지만 얼마 전까지 그렇게 아파했었잖아?"

오리 새끼는 알에서 깨어나면, 맨 처음 보이는 것을 엄마라고 뇌에 각인을 시킨다. 각인이라는 것에 진실성은 중요하지 않다. 맨 처음 본 것이 진짜 자신의 엄마인지는 필요치 않다. 단순히 각인될 뿐이다.

마찬가지로, 당시의 나는 "이것이 첫사랑"이라고 누군가가 각인을 시켜 둔 예라고 본다. 그것이 진실인지 아닌지 당시로선 알 도리가 없었다.

다만,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아도, 거기에 꽤나 오랫동안, 지나온 시간까지 부정을 해봐도 거의 매년 기계적으로 특정 기간 한정으로 여러 상태가 안 좋아지는 것을 보면, 조건반사라던가 그런 수준에까지 도달한게 아닌가 싶다. 즉, 마음으로 인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뇌에 만들어진 고정적인 회로에 의해 이루어지는 행동들이라고 보고 있다.

"전혀 로맨틱하지 않네."
"언제 로맨틱한 적이 있었나."
"그것도 그런가."
"응."

by 별자리점 | 2007/08/31 08:13 | 거미원숭이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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